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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도 되지 않아 꺼낼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작고 하찮은 마음- 이라는 부제와 같은 문장처럼 이 책은 '나만 이런 걸까'하고 작아지는 마음들에 관한 책이다.
괜히 그런 날이 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 같은데 나만 이런 것이 어려운걸까, 나만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더 움츠러들게 되는 자신. 세상에 넘쳐나는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그 이후의 이야기에서도 그렇게 대단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 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하고 각종 운동기구를 사들이다가 마음이 시들해지고 운동기구는 한 구석에 방치하게 되는 사람. 작고 하찮은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써내려간 그녀는 이와 같이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오지은이라는 사람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써내려간 이런 작은 마음들이 가엽고도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작아지는 자신에 대한 따뜻한 위로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혼 없는 힘내-하는 말이 아닌, 진지하게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하는 말에서 오는 공감같은 것. 그런 것들이 느껴져 작아지는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다.




* 첫날은 다 두렵다. 비행기를 놓칠까 봐, 짐을 잃어버릴까 봐, 호텔을 못 찾을까 봐, 예약이 잘못되었을까 봐, 무서운 사람을 만날까 봐. 이중 몇 개는 통과했고, 이제 조금만 더 무사하면 된다.

* 추운 겨울에 외투가 없다면 아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겠지. 그런데 외투를 두 벌 샀다고 두 벌분의 행복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의 셈법이 이상하다는 증거이다.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외투는 진열장에서 이동하여 내 방 옷장에 걸리는 순간 보통의 외투가 되었다.

* 사방이 함정이다. 아무도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도, 허상의 완벽한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픽픽 쓰러져 간다.
나는 어리석어서 계속 헛된 것을 욕망할진 몰라도
거기에 맞아 쓰러지고 싶지는 않은데.

저는 이 싸움 포기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저는 갑니다,
하고 도망치는 법을 배워야 할 텐데.

*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열기 싫은 상자를 계속 열어나가는 고통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 아마 빙질도 별로고 몸도 아프고 마음도 심란했겠지. 그래도 무조건 해내야 하는 상황, 무조건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상황. 딱 한번만, 딱 한번만 더 완벽하게 해내면 되는 상황.

* 나는 가끔은 장점도 있고, 가끔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실수도 하는 모자란 사람, 남들과 같은 그런 사람이다.

* 사람이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전부 충족되어야 하지요. 하지만 요즘의 우리는 한 가지 밖에 배우지 않아요. 꿈을 이루는 것은 물론 아주 멋진 일이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해요. 체조와 청소 같은 것은 단순한 행동으로 삶을 정돈하고 또 조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에너지를 동반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 탈진증후군인 사람들의 특징 중에 끝을 낼 수 없다는 점이 있다. 만족을 하지 못하여 계속 엎고, 엎고, 더욱 탈진하는 것이다. 뜨끔했다. 다르게 말하면 분수를 알라는 것이다. 위만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옳은 일은 아니다. 나는 냉정해져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 한계는 국어사전이 정의하기를 '사물이나 능력, 책임 따위가 실제 작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뜻이다. 즉, 굳이 뛰어넘지 않아도 되는 용량 같은 것이다.

* 지금은 사라지기 십상인 멜로디를 잘 품고 진득하게 마음속에서 굴려서 두툼하게 만들어 어느 달밤에 꺼낼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 도달할 수 있는 곳이 별 볼 일 없는 곳이라도 갈 수 있는 곳이 아직 남아 있다면 가야지. 그리고 불러야지,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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